그들만의 난장(亂場) 바가 오면, 매 마른 대지는 다시 초록의 싱그러움과 잔잔한 흙 내음으로 자연을 깨운다. 비가내린 그 길을 걷다보면, 맑은 생명체들의 수다스러움과 함께 촉촉한 대지위로 그동안 어둠속에서 습기와 유기분을 찾아 깊게 숨어있던 환형동물문인 빈모류들도 지하 굴에서 나와 충분한 대지의 습기를 만끽하며 자신들만의 난장을 펼친다. 비가 그치고, 대지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맑은 생명체들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는데, 그들의 난장은 앞으로 닥쳐올 위험에 대하여 무엇인가 망각한 들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된다. 그러나 마른 대지위에는 삶과 사의 기로에서 그들만의 환락으로 필연적 죽음을 선택한 그들은 난장의 결과로 곤충들의 먹이가 되고 그들은 대지의 사체로 여정을 마친다. 다시 대지에 비가 내리면 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