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월요斷想[뒷골목 風景]

효관 2021. 6. 21. 13:18

월요斷想[뒷골목 風景]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 스페인)의 천재성은 20세기 미술세계를 지배하였으며,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독창적이었고, 때로는 도발적이기까지 하였습니다.

1900년부터 1904년까지 몇 년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면서 사회의 패잔자(敗殘者), 뒷거리의 영락(零落)한 사람들, 노인, 고독자 등의 인간상을 기지와 풍자를 쓰지 않고, 대상에 충분한 공감을 가지며 화폭에 포착(捕捉)하였습니다.

비평가들은 그 그림을 지배했던 파란색과 회색 팔레트(palette)를 본떠서 이 시기를 그의 청색시대라고 묘사하였습니다.

 

뒷골목 풍경[風景]

강명관의 저서 조선의 뒷골목 풍경(2003, 푸른역사)에는 조선의 뒷골목, 즉 역사의 전면에서 걸어 나온 조선의 비주류들인 무명씨들의 생기발랄한 삶의 현장과 생활 역사를 서슴없이 담았습니다.

조선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역사가 기억하지 못하는 조선 사람들의 생활상에는 유흥가를 호령한 무뢰배들, 투전 노름에 골몰한 도박꾼, 술과 풍악으로 일생을 보낸 탕자들, 반양반의 기치를 높이 든 비밀 폭력조직, 족집게 대리시험 전문가, 벼락출세한 떠돌이 약장사 등 조선시대에도 생활역사인 조선 뒷골목 풍속 기행이 있었습니다.

그는 저서에서 민중의(民衆醫)들의 활약상을 통해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군도의 출현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뿌리 깊은 부조리를, 도박의 성행에서 우연과 불확실성이 똬리를 틀고 있는 세상사를, 타락한 과거장의 모습에서 고시열풍에 휩싸인 일그러진 우리의 모습을, 반촌 사람들을 통해서는 돈과 권력의 보유 정도에 따라 거주지가 나누어지는 세태를 짚어내고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뒷골목, 거리의 역사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피카소의 청색시대에는 그림의 형상은 야위었고, 선은 섬세하였으며, 색체는 어둡고 안타까울 만큼 아름다운 작품의 분위기는 여전히 집요하게 우울하였습니다.

청색시대의 작품은 친구 카를로스 카사헤마스(Carlos Casagemas)의 자살에 대한 화가의 슬픔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상당부분은 도시의 거리에서 마주친 알코올 중독자, 거지, 매춘부, 방랑자, 빈민들 등 사회의 뒷거리의 모습에서 차용하였다는 것은 그 시대의 사회상의 한 이면을 이야기 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피카소가 그림을 통해 한 시대의 어두운 사회의 이면을 차용하였듯, 저자 강명관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통해 역시 존재했으나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역사, 너무 일상적이고 사소해서 묻혀버린 역사, 지배 중심의 역사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한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생생하게 되살려 주고 있습니다.

저는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읽고, 우리는 역사의 거대하고 엄숙한 담론에 가려져 잊혀 진 사람들의 삶, 그들 삶의 리얼리티는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사람들의 역사를 위해 누군가에 의해 기록·보전되어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뒷골목을 배경으로, 숨어 있는 역사의 흔적과 인물을 찾는 역사탐방들이 동호회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는 우리 주변의 숨어 있는 역사를 찾아보는 그런 한주였으면 합니다.

 

20210621

曉觀山房에서

仁潭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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