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斷想[磻溪隨錄]
〈테마 한국문학사〉는 전통문화와 민속·예술 등 한국 문학사의 진수를 테마별로 가려 뽑고, 풍부한 컬러도판과 깊이 있는 해설, 장인적인 만듦새로 짜임새 있게 정리해 낸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문학 교양시리즈입니다.
〈테마 한국문학사 01〉은 『이야기 순백으로 빚어낸 조선의 마음, 백자』에서 무명의 장인이 빚어낸 도자기의 조형미를 느낄 수 있으며, 자연 속에 스며든 조화로운 한국의 건축의 미학, 생활 속 세련된 미감이 발현된 고예품, 종교적 신심이 예술로 승화된 불교의 조각, 붓끝에서 태어난 시·서·화의 청정한 예술세계, 민초들의 생활 속에 녹아든 민속놀이와 정통 의례 등 한국의 마음씨와 몸짓과 표정이 담긴 한권, 한권의 양서로 독자의 서가와 교양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반계수록[磻溪隨錄]
수원화성은 축성공사에서 정약용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자재 운반을 위해 다양한 장비가 활용되었으며, 성을 쌓는데 성곽의 형태가 유천(柳川/버드내는 본래 팔달산 남쪽 작은 개울 주변을 부르던 지명)이란 지명에서 취한 것, 그리고 새로운 도시의 건설, 즉 신도시 화성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김동욱 교수의 저서 〈테마 한국문학사 03〉 『실학 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화성』 「제1부 신도시 화성의 탄생」에서 정조(正朝)가 갑인년(1794) 정월에 축성공사를 시작으로 수원화성을 신도시로 건설하고자 한데에는 시대를 앞서간 실학자 유형원(1662~1673)의 『반계수록(磻溪隨錄)』 도움이 컸습니다.
『반계수록』은 현종 11년(1670)에 완성되어, 영조 45년(1769)에 간행된 반계 유형원의 대표적인 저술로서 국가체제에 관한 책입니다. 유형원의 만년 저작으로 20년에 걸친 연구와 탐구를 토대로 49세에 집필을 완성하였으며, 총 26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젊은 시절 지방을 자주 유람하면서 직접 목격한 민생의 현실, 그리고 말년에 그가 은거하며 농민과 더불어 생활하며 얻은 제세구민론(濟世救民論)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계수록』에서 반계는 상업의 발전을 위해 전통적인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벗어나 산천의 형세, 논밭과 사람들의 삶, 관방(官房/수원화성 : 동향)과 성지(城地), 도로(수원화성 : 남향)의 이점 등을 고루 살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화성을 언급하면서 이곳이 한양도성에서 삼남을 잇는 교통의 요지인 점을 강조하고는 ‘지금의 읍치도 좋기는 하나 북쪽 들은 산이 크게 굽고, 땅이 태평하여 농경지가 깊고 넓으며, 규모가 크고 멀어서 성을 읍치로 하게 되면 참으로 대번진(大藩鎭)이 될 수 있는 기상이다. 그 땅 내외에 가히 만호(萬戶)는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반계수록』을 읽고 그 내용에 일찍이 공감한 정조는 도시를 팔달산 아래로 옮기고 나서, 이곳의 지리적 이점을 간파한 반계에 대하여 “100년 전에 살던 사람의 생각이 현재의 일을 마치 촛불을 밝혀 꿰뚫어 보듯이” 부합된다고 칭찬하고, 유형원에게 이조판서 및 성균관제주의 벼슬을 내리고, 그 후손을 찾아보도록 명하였다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반계수록』을 남긴 실학자 유형원과 같은 ‘방외지사(方外志士)’를 지금 우리는 어떻게 연구·평가해야 하겠습니까?
17세기 중·후반의 조선은 왜란과 호란으로 이어진 전란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구조 개편이 요구되었던 시대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두된 것이 실학이었고, 실학에서 가장 크게 강조된 개념이 바로 '개혁'이었습니다.
유형원의 『반계수록』은 그 '개혁'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한편, 당시 시대가 요구하는 대안을 체계적으로 세분화하여 정리했으며, 그것은 후대의 남인 실학자들의 개혁사상의 원류이자 '개혁 교과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선의 흥망성쇠(興亡盛衰) 역사와 함께, 현대를 살아가는 한 시대 주권국가의 국민으로서 현재의 ‘개혁’과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그런 한주였으면 합니다.
2021년 06월 07일
曉觀山房에서
仁潭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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