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斷想[日省錄]
이제 대통령선거도 40여 일 남겨놓고 있는 시점에 몇 주 전 「허경만의 백반기행」에서 소개되었던 대통령 후보자의 유소년 시절 일기장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일기란 그날그날 생긴 일 가운데 가장 인상 깊고 의의 있었던 일을 후일에 참고하며 더 보람 있는 삶에의 지침을 삼기 위해 사실대로 자유스러운 형식으로 날짜를 따라 기록해 두는 글입니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에 그림일기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번 일기장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었던 인성이 성인 이후의 인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일성록[日省錄]
정조는 조선의 왕 중 여러 면에서 모범을 보인 인물로 정평 나 있습니다. 특히 매일 일기를 쓰고 이것을 국정 기록으로 남긴 점은 왕으로서 정조의 능력을 다시 평가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조가 세손 시절부터 써온 일기는 왕이 된 이후에도 계속되었는데, 1783년(정조 7년) 이후에는 신하들이 기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후 왕들 역시 정조를 모범 삼아 국정 일기를 썼는데 이렇게 해서 모은 책이 『일성록(日省錄)』입니다.
『일성록』은 1760년(영조 36)부터 마지막 왕 순종까지 151년간에 걸쳐 기록되어 있는 일기로, 필사본이며, 총 2,327책입니다.
세손 시절부터 자신의 언행과 학문을 기록한 정조의 『존현각일기』는 증자(曾子)가 말한, ‘매일 스스로를 세 번 반성한다(日三省吾身)’는 것과 자하(子夏)가, ‘날마다 모르던 바를 알고 달마다 잘하는 바를 잊어버리지 않는다(日知其所亡 月無忘其所能)’고 한 뜻을 정조 자신이 반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합니다.
『일기로 본 조선(규장각 교양총서 8)』(저자 : 규장각한국연구원, 출판 : 글항아리)에는 조선 후기 문인 유만주가 시문·하루의 행적과 소회·집안의 대소사 등을 기록한 일기 「흠영」에서 ‘일기는 가까운 일을 상세하게 하고, 멀어진 일은 잊지 않게 하는 자신의 역사이니 소홀히 할 수 없다’라는 신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서에서는 이런 일기가 빛을 발하는 때는 대중과 소통하는 순간이라 합니다.
왜냐하면,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담아 쓴 일기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삶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기 때문이라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일기」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일상에서의 행복은 의외로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누구나, 어느 곳에서나 펜과 노트, 혹은 핸드폰만 있으면 쉽게 작성할 수 있는 '일기'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적는 과정 중에 뇌의 감정 조절 부분이 더 왕성한 활동을 해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오스틴의 텍사스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15분씩 4일 연속으로 개인의 트라우마나 사소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쓴 학생들은 6개월 후 다른 그룹의 학생들보다 대학교의 심리 상담 센터 방문 수와 진통제 처방 횟수가 현저히 낮았다고 합니다.
가장 쉽고 또 적은 비용으로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일기 쓰기를 위한 앱들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마음 챙김 명상과 함께 하는 일기 쓰기부터 간단한 세줄 일기 쓰기, 일상에서 감사 이유 찾기 ‘감사모아’ 앱까지 더욱 섬세하고 똑똑해진 일기 쓰기 앱들은 어쩌면 우리의 일상을 작은 행복으로 채워줄지 모릅니다.
이번 주는 유소년기로 돌아가 그때의 추억을 찾아 핸드폰 카톡에 몇 자 적어보는 ‘추억일기’는 어떨지 제안하는 그런 「월요斷想」입니다.
071회/2022년 01월 24일
曉觀山房에서
仁潭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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