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월요斷想[難得糊塗]

효관 2022. 4. 10. 22:55

월요斷想[難得糊塗]

 

연세대 신동엽 교수는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마치(James G. March)바보스러움의 기술(technology of foolishness)’ 이론을 빌려, 이 시대가 더 이상 과거의 패러다임이었던 목적 추구의 시대가 아니라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인 목적 발견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역설하였습니다.

이는 고도 산업화 과정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가 이미 주어져 있거나 정해져 있어서 그것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능력, 효율, 조직 등이 중요했던 목적 추구의 시대를 지나, 산업화와 경제 성장이 충분히 이루어진 지금은 추구해야 할 목표 자체를 새롭게 창출해내는 것이 우선 과제인 목적 발견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21세기 창조경제 시대에는 바보들의 특성인 꿈, 상상력, 몰입, 모험 등 유희적 요소가 결정적인 경쟁력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난득호도[難得糊塗]

바보는 원래 밥보가 변해서 이루어진 말로서, ‘에서 이 탈락하면서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와 합쳐져서 바보가 된 것입니다. , ‘밥만 먹을 줄 알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어리석고 아둔한 사람을 가리켜 바보라 합니다.

 

중국 청()나라의 화가 겸 서예가로 유명한 정섭(鄭燮, 1693~1765, 호 판교)은 산둥(山東)성의 지방관리로 근무하던 어느 날 먼 친척 형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편지에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가옥의 담장을 놓고 이웃과 송사가 벌어졌으니, 지방관에게 잘 봐달라는 편지 한 통을 써달라는 청탁이 적혀 있었습니다.

정섭은 편지를 다 읽은 뒤 시 한 수를 답장 대신 보냈습니다.

千里捎書爲一牆, 讓他幾尺又何妨?(천 리나 편지를 보낸 것이 담장 하나 때문인가? 그에게 몇 자()를 양보하면 또 어떤가?)

萬里長城今猶在, 不見當年秦始皇(만리장성은 아직도 남아 있는데, 어찌 진시황은 보이질 않는가)

그는 이 시와 함께 난득호도흘휴시복(吃虧是福/손해를 보는 것이 곧 복이다)’이라 직접 쓴 편액을 함께 친척에게 보냈습니다.

난득호도(難得糊塗)의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총명하기는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다(聰明難, 糊塗難).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되기는 더욱 어렵다(由聰明轉入糊塗更難).

집착을 버리고, 한 걸음 물러서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며(放一著, 退一步, 當下心安),

뜻하지 않고 있노라면 후에 복으로써 보답이 올 것이다(非圖後來福報也).

자신 또는 주변의 능력을 과신해 가볍게 행동하거나 그것으로 사익을 취하려다간 험한 일을 겪을 수도 있으니 스스로 분수를 알고 안분지족(安分知足/편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앎)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난세의 슬기로운 처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흘휴시복(吃虧是福)의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득 차면 덜어지게 되어 있고(滿者損之機), 비어 있으면 점점 차게 되어 있다(虧者盈之漸).

내가 손해를 보면 다른 사람이 이익을 본다(損於己則盈於彼).

그러면 각자 심정의 절반씩을 얻는 것이다(各得心情之半).

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얻게 되니(而得我心安卽平),

이 어찌 바로 복 받을 때가 아니겠는가(且安福卽在時矣).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바보처럼 사는 것의 해답은 무엇입니까?

난득호도(難得糊塗)는 중국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글귀이자 그들의 인생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자(老子)는 광이불휘(光而不輝/빛이 나지만 번쩍거리지 않는다)와 대지약우(大智若愚/큰 지혜는 어리석음과 같다)라는 고사성어를 남겼습니다.

이번 주는 바보처럼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을 생각해보는 그런 한주였으면 합니다.

 

082/20220411

曉觀山房에서

仁潭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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