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월요斷想[陶山十二曲]

효관 2021. 4. 23. 23:55

월요斷想[陶山十二曲]

 

매년 423일은 유네스코(UNESCO)가 제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약칭 세계 책의 날’입니다.

이날은 세계인의 독서를 증진하고 책의 출판을 장려하며, 저작권 제도를 통한 지적 소유권 보호를 촉진하기 위해 1995년 국제연합 총회에서 제정되었습니다.

이날은 책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축제인 세인트 조지의 날에서 유래되었는데, 또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기도 합니다.

유네스코는 2001년부터 이 날을 기념해 매년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하고 있는데, 인천광역시가 2015년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되었습니다.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우리 민족은 일찍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였으며, 집을 나가서는 천하의 뜻 있는 벗들과 사귀고, 집에 들어와서는 옛 성현들의 책을 읽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습니다.

신라시대에 관리를 등용할 때에는 그 사람의 독서 범위와 수준을 헤아려 인재를 등용하는 독서삼품과를 설치하여 독서를 권장하였으며, 고구려에서는 태학이라는 고등교육기관을 두어 경학(經學/사서오경을 연구하는 학문문학 방면의 책을 강독하게 하였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이미 우수한 종이를 만들고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드는 등의 인쇄술이 발달하여 많은 책들을 간행하였는데, 성종 때는 수서원(修書院/학교와 도서관을 겸한 기관)을 창설하고 역사책을 등사하고 소장하게 하여 열람하도록 하였습니다.

선비들에게 독서는 성현들과 통하는 길이였습니다.

퇴계 이황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6곡 제3에는 옛 성현도 나를 보질 못했고, 나도 옛 성현을 뵙지 못 했네, 고인을 뵙지 못했어도 그 분들이 행하던 길이 내 앞에 있네, 그 가던 길(진리의 길)이 앞에 있으니 나 또한 아니 가고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시를 통해 책 속에 성현의 길이 있음을 뜻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6곡 제5에서 청산은 어찌하여 항상 푸르며, 흐르는 물은 또 어찌하여 밤낮으로 그치지를 아니하는가? 우리도 저 물과 같이 그치지 말아서 영원히 높고 푸르게 살아가리라, ‘청산유수라는 자연의 불변성을 제시한 후, 그러한 자연을 닮아 학문과 수양에 변함없이 노력을 기울여 만고상청(萬古常靑)하는 삶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선생의 강촌독서시에서 底事枯蚌燈火底 漁歌也小讀聲多(저사고방등화저 어가야소독성다/어쩐 일로 소라 등잔 깜박이는 불빛 밑에 고기잡이 노래보다 글소리가 많은 건지)’를 통해 선생의 생활이었던 독서하고, 연구하고, 제자를 가르치고, 글씨를 쓰고, 벗을 찾아가고 벗이 찾아오고, 지극히 담담하고 조용한 나날의 연속 속에서도 선생의 제일 취미는 독서였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독서는 어떤 의미입니까?

우리는 가끔 급격한 시대변화와 다양해져만 가는 삶의 양식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을 확립하지 못한 채 가끔 살아가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대인의 가치관의 혼란과 정서함양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독서도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는 책을 통해 인류의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고, 남의 경험과 지혜를 통해서 우리가 살 길을 암시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우리가 학문과 인격을 동시에 갖추기 위한 가장 훌륭한 방법 가운데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와 방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한권의 책을 통해 저자와의 정신적 교감과 창조적 만남, 대화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그런 한주였으면 합니다.

 

20210426

曉觀山房에서

仁潭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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