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거세왕 하면 신라 첫 임금이신 대왕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왕비이신 알령부인에 대한 탄생설화를 아는 이는
별반 없다. 경주 시내에서 언양으로 가는 국도를 따라 가다가 문천교를 건너서면 오릉이 있다. 이곳의 동쪽 대나무가 우거진 숲 속에 '알령정'이라
부르는 작은 우물터가 하나가 있는데 여기가 바로 왕비가 태어나신 곳이다. 사적으로 당당히 보호되어야 할 이곳에 표지 하나 없으니 얼른 알아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전해지는 설화에 의하면 6촌의 한 곳인 '사량리' 이 곳에는 작은 우물터가 하나 있었다고 한다.
박혁거세왕이 태어나시던 그날 이 우물가에서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하늘이 갑자기 컴컴하게 어두워지면서 마른 벽락이 일었다. 사람들은 이 벼락에
놀라 각기 집안으로 숨어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서쪽 하늘에서 무지재가 일면서 거대한 용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이 우물가에 내렸다. 그리고는
이 우물을 마시더니 한 동안 용틀임을 쳤다. 그러기를 한식경이 되자 그 용은 다시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용이타고 하늘로
올라간 오색 무지개 한 자락이 역시 이 우물에 드리워져 있었다. 이것을 처음 본 노파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우물터로 달려가 보았더니 이 우물가
한옆에 방금 용이 낳고 간 듯한 커다간 알 하나가 놓여 있었고 새들이 날아와 지저귀었다. 할멈이 가까이 가보니 그 알에서는 서기가 어리고
있었다. 잠시 후 알이 갈라지고 그 속에 이상스럽게 생긴 여아 하나가 있었는데 몸은 틀림없이 다른 아기와 같으나 얼굴만은 닭의 모습과
흡사하였다. 할멈은 이 여아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정성스럽게 길렀다. 그러나 계룡의 얼굴이라 이 아이를 안고 집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행여
마을 사람이 볼세라 겁이 났던 것이다. 할멈은 그 날도 마당 안에서 이 아기를 품에 안고 어르고 있는데 문밖에서 시주 동냥 온 스님 한 분이
목탁을 치다가 잠시 멈추고는, "고민이 크시겠습니다. 알천 냇가에 가서 그 물로 아기의 얼굴을 씻어보십시오."하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 소리를 듣고 곧바로 알천에 달려가 냇물에 아기의 얼굴을 씻어내니 고운 미녀의 얼굴이 되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기는 자랄수록 얼굴이 꽃봉오리처럼 활짝 피어올랐고 마음씨는 비단결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지혜와 덕이 있어서 인근 동네 사람들에게 칭찬이 자자하였다. 할멈은 이 아기가 알천에서 얼굴을 씻고 난 후로 얼굴 모습이 절색이 되었다고 해서 이름을 '알령'이라 지어 주었다. 박혁거세왕(거서간)이 왕위에 즉위한 5년, 나라에서는 왕비 간택을 위해 서라벌 전역에서 규수를 구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미모는 물론 지혜와 덕이 있기로 소문난 이 알령 아씨가 대왕의 왕비로 정해졌으니 이 분이 바로 '알령마마' 이시다.
알령 부인은 나라의 왕비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지혜가 총명하고 덕이 있어서 온 나라 안 백성들이 왕비로서 높이 받들게
되었다. 나라의 백성들은 왕비에 대하여 칭송의 뜻으로 하나같이 "알령마마, 알령마마"하고 불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다소 와전된 느낌이 없지
않으나 우리의 노래 <아리랑>이 바로 알령부인의 이름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즉 알령이 와전되어 '아리랑'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신라시대부터 불려진 이 노래는 대왕 왕비이신 알령부인을 부르면서 '알령 알령'한 것이 아리랑이 되었다고 한다. 이같이 알령 왕비의
탄생지인 알령정이 후세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지금은 안내판도 하나 없는 숲 속 한곳에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계림이 박혁거세 대왕의 출생지로
유명하다고 한다면 그 왕비이신 '알령 부인' 역시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 알령의 전설이 깃들여 있는 알령정은 계림에 버금가는 단장을
하루속히 서둘러 신라 첫 왕비의 탄생설화를 널리 알려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 박혁거세가 신라의 첫 임금님으로
탄생되었을까 궁금하다. 박혁거세는 13세의 나이로 신라의 시조왕이 되었으니 이는 육촌장들이 그의 총명함을 알고 추대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성을
박이라고 한 것은 큰 알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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