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월요斷想[墨梅]

효관 2022. 3. 20. 13:59

월요斷想[墨梅]

 

예로부터 고결함의 상징인 매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일찍부터 아름다운 모습이나 지조의 상징으로 많은 시문에도 나타납니다.

일생을 독신으로 매화와 더불어 은거 생활을 한 송나라 시인 임포(林逋) 이후로 문인들 사이에 애호되었으며, 아직도 눈이 덮여 있는 매화나무 가지에 처음 피는 꽃을 찾아 나서는 심매(尋梅)가 문인들의 연중행사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나무와 매화는 소나무와 더불어 세한삼우(歲寒三友)’라는 총칭 아래, 남송 말기부터 원대(元代) 초기에 몽고족의 지배하에서 나라를 잃고도 지조와 절개를 지키며 은둔 생활을 한 문인들 사이에 무언(無言)의 저항 수단으로도 그려졌습니다.

 

묵매[墨梅]

묵매는 북송 때 화광산(華光山)의 선승(禪僧) 중인(仲仁),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남송의 화가 양무구(楊无咎)에 의해서 기법이 확립되었으며, 원대에 와서 문인화 이론이 한층 더 발달함에 따라 특히 묵죽(墨竹)과 묵란(墨蘭)은 서화일치(書畫一致), 회화의 사의성(寫意性)을 주장한 문인들에 의하여 한층 더 성행하였습니다.

박영대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그림 백가지(현암사, 2002) 향기 조희룡의 묵매편에서 옛사람들이 그토록 매화를 좋아하고 아낀 이유는 무엇인가? 반문(反問)합니다.

조선 후기의 문인화가인 우봉 조희룡(又峰 趙熙龍/1797~1859)은 사군자 중에서 난초나 대나무는 스승인 김정희에 비해 실력이 미치지 못했으나, 묵매에는 결코 뒤지지 않았다 합니다.

또한, 그의 매화사랑은 유명하여 매화 병풍을 옆에 두고 벼루는 매화시경연(梅花詩境硯)이라고 하고, 먹은 매화서옥장연(梅花書屋藏烟)이라 하였으며 매화 꽃잎차를 즐겨 마셨다 합니다.

조선 중기의 흔한 묵매 그리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힘이 느껴지는 굵은 가지와 그 잔가지들에 화려하게 핀 꽃들을 즐겨 그렸다고 하는데, 그 향기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묵매에 그의 세련된 기량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우리 그림 백가지 중 가장 소장하고 싶은 그림은 무엇입니까?

많은 사람은 서양미술과 동양미술의 차이는 여백의 미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서양의 휘황찬란한 색깔과 다양한 소재에 반하여 묵화와 여백의 미는 동양의 철학과 깊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의 저자 오주석은 수묵화는 사물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을 가능케 한다. 수묵화는 회화 가운데 가장 철학적인 양식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정신적인 것이다. 그것은 명상을 낳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좋은 그림은 한 그루의 나무와 같습니다. 흐린 눈을 밝혀주고, 탁한 공기를 맑게 해주고, 담박명지 영정치원(澹泊明志 寧靜致遠/욕심 없고 마음이 깨끗해야 뜻을 밝게 가질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원대한 포부를 이룰 수 있다)과 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이번 주는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고,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그런 그림을 찾아 떠나보는, 그리고 역사 공부와 이색 체험의 현장이기도 한 전남 신안군 임자도 우봉 조희룡 기념관을 찾아보는 보람의 한주였으면 합니다.

 

079/20220321

曉觀山房에서

仁潭合掌